폰테크 [이진우의 거리두기]민생쿠폰은 정말 민생을 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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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돈이 없어도 소비를 하면 할수록 돈이 생긴다는 경제 이론이 있다. 터무니없는 소망처럼 들리지만 사실 한때는 효과가 있었던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전제이다. 수요와 공급을 통해 움직이는 시장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위축되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시장은 더욱 나빠진다. 경제 침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기순환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개입에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 바로 케인스 경제학이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라는 전례 없는 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이 이론은 20세기 중반 이후 대공황 탈출, 전후 재건, 1970년대 전까지의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유효했다.
정부가 최근의 경기 부진과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케인스주의의 효과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14조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을 풀어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민생이 더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는 민생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로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씩 지급하고, 또 국민의 90%에게는 2차로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급한다고 한다. ‘돈을 풀면 경제가 돈다’는 경제 이론이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 대부분은 갑자기 공짜 돈이 생기니 일단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돈이 실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은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니 정부에서 주는 돈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쓸 돈을 계속 주면 좋은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발성이다. 쓸 돈이 단지 일회성으로 제공된다면, 이런 현금 지원 정책이 과연 지속적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번에 준 돈으로 가족 회식 잘 가졌는데 다음에는 회식할 돈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정부는 물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선전한다.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마중물’처럼 소비쿠폰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돈을 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AI시대 ‘케인스 이론’이 유효한가
이재명 정부는 이런 케인스 이론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시기에 ‘호텔경제학’이라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을 예약금으로 맡기고 지역 상권을 돌아다니면 그 돈으로 여러 차례 거래가 일어나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식사하고, 치킨집은 문구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문구점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마지막으로 여행객이 설령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더라도, 그 사이 지역 내에서는 돈이 순환하며 이루어진 소비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임이 틀림없다. 호텔경제학은 ‘소비가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를 순환시킨다’는 케인스주의의 기본 원리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먼저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정부가 제일 먼저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결국 케인스주의와 그 이론을 확신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소비 활성화를 위해 푼 돈이 엄청난 액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케인스 이론이 통용되는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유효하고 정당한 것인가? 정부가 주는 공짜 돈에 현혹되어서인지 정부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탓에 견제의 힘을 잃어버린 야당은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여유가 없다. 비판과 견제 없이 폭주하는 권력은 그 방향과 수단이 옳지 않으면 탈선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정책을 너무 효율적으로 강도 높게 추진하면, 국가와 사회는 의도한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가 진화하면서 케인스식 정책은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적합했으나 21세기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의 경우 양적 완화는 남유럽 재정위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어도 독일과 같은 북유럽 경제와의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 저금리와 유동성은 오히려 은행 부실과 좀비기업 문제를 키웠다. 미국의 경우에 여러 번에 걸친 양적 완화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았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빠르지 않았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위 계층의 부는 증대되고 중하위 계측의 소득 증대는 미약해 결과적으로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간단히 말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늘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케인스가 말하는 ‘승수효과’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 또는 투자 증가가 그 자체 이상으로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쿠폰으로 아무리 소비를 많이 해도 실질적인 생산과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 경기는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와 연계가 되어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가 일회적이고 단발적이라면 새로운 생산과 가치 창출은커녕 부채의 증대를 가져온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결국 세금이나 국가채무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비용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설계로 효과 보여줘야
우리는 지금 금융자산이 실물경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채 의존적 구조로 전환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부채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부채 경제’는 통화 정책의 효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갉아먹는다. 반복적 경기 부양은 국가 부채를 누적시킨다. 국민은 언젠가 세금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 지원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시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을 확대하고, 소득을 지속적으로 증대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가치 생산을 통해 총량이 늘어야 한다. 돈이 단순히 돌기만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한 그릇의 국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국그릇은 계속 움직이고, 마치 식탁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릇 속 국물의 양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재료를 넣어 끓이지 않는 한, 사람들은 더 많이 먹을 수 없다. ‘호텔경제학’에 대해 비유적으로 대조되는 ‘국그릇 돌리기 경제학’은 소비 활성화의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말로 민생을 되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케인스 이론이 여전히 타당하다면,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책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기왕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했다면,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세밀하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 없이 소비쿠폰 정책을 밀어붙였다.
본래 진보 정권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강한 국가를 추구한다. 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불평등 완화와 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고 부채 경제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장을 믿지 않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말 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개입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는가? 질문도 비판도 논의도 없는 정말 이상한 시대에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학교 인공지능(AI) 교육 강화 등을 국정과제로 확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거점국립대 등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초중고 전단계에서 AI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17일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 중 교육 관련 6대 과제와 관련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거점 국립대학을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고 수준의 교수를 선정하는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신설해 65세 정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고,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누구나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초중고 학생은 물론 성인까지 AI 교육을 지원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AI 교육도 실시한다. 초중고 전 단계에서 학교 AI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고·영재학교·직업계고에서 AI 인재를 조기 발굴해 지원한다. AI 거점대학을 운영하고 AI 융복합 대학원을 도입한다.
당초 지난달 공개된 국정과제에는 글로벌 AI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 초청 장학생의 석·박사 이공분야 비중을 45%로 늘리고, 국제 학생 교류 프로그램 참가 인원 3만명 달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정과제 확정본에선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 대신 국내·외 인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인재지도’를 구축하고 국가인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교육부는 계획 전반에 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마치 수학 더하기, 나누기, 곱하기를 배우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 적응능력과 활용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AI 인재 양성을 위해 초1 때부터 AI를 한글처럼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학년들에게 AI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는 AI 교육이 아동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에 머물도록 하는 방안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황정아 카마그라구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과학기술 우수 인력을 국내에 복귀시키기 위해 10년간 근로소득세를 깎아주는 유도책을 시행 중임에도 연 평균 복귀자가 7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해당 제도에 참여한 인원은 2020년 32명, 2021년 78명, 2022년 90명, 2023년 68명에 불과해 근본적인 연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교육부 주관 과제에는 시민교육 강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 역사교육 강화, 기초학력 전담 교원 확충·사회정서교육 활성화, 학교 CCTV 확대 추진 계획 등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남도가 추진한 경남권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환경부가 ‘영호남 노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기본 방침을 내놓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20일 경남도에 따르면 산청군은 지난 5월 29일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 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2023년 6월 산청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기존 신청서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산청군이 예산 5억 4000만원을 들여 경제성 분석 등 용역 결과를 보강해 다시 신청한 것이다.
산청군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2011년부터 최근까지 5차례 신청했다.
이 사업은 중산리 주차장에 하부정류장을 두고, 유암폭포 인근에 상부정류장을 두고, 중간지주 9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길이 4.2km로 예상사업비는 1220억원이다.
2023년 2월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 바람이 불었다.
경남도는 당시 산청군과 함양군이 각각 추진하던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단일 노선으로 확정한 뒤 환경부에 심의를 요청했다.
또 경남도와 산청군 관계자가 지난 6월 환경부를 방문해 해당사업을 설명했으나 환경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원 내 케이블카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영호남의 자율적인 노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는 현재 경남 산청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 3개 지자체가 각각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1개 국립공원에 다수의 사업계획 신청 땐 지자체들의 자율조정을 유도한다’는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 기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남이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 방침에 충족되지 않는다 며 지리산 3개 지자체간 노선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용역 예산을 들여 케이블카를 재신청한 이승화 산청군수를 지방재정법과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로 산청경찰서에 지난 7월 고발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산청 노선의 절반과 상부정류장은 대한민국 전체 국토의 1%에 불과한 자연공원보존지구에 위치하는데도 사업을 계속하려 한다며 산청군이 거액의 용역비를 들여 다시 사업을 신청한 것은 예산을 낭비한 중복 행정으로 관련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와 산청군 관계자는 환경부가 신청 내용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의 경기 부진과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케인스주의의 효과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14조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을 풀어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민생이 더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는 민생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로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씩 지급하고, 또 국민의 90%에게는 2차로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급한다고 한다. ‘돈을 풀면 경제가 돈다’는 경제 이론이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 대부분은 갑자기 공짜 돈이 생기니 일단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돈이 실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은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니 정부에서 주는 돈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쓸 돈을 계속 주면 좋은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발성이다. 쓸 돈이 단지 일회성으로 제공된다면, 이런 현금 지원 정책이 과연 지속적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번에 준 돈으로 가족 회식 잘 가졌는데 다음에는 회식할 돈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정부는 물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선전한다.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마중물’처럼 소비쿠폰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돈을 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AI시대 ‘케인스 이론’이 유효한가
이재명 정부는 이런 케인스 이론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시기에 ‘호텔경제학’이라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을 예약금으로 맡기고 지역 상권을 돌아다니면 그 돈으로 여러 차례 거래가 일어나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식사하고, 치킨집은 문구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문구점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마지막으로 여행객이 설령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더라도, 그 사이 지역 내에서는 돈이 순환하며 이루어진 소비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임이 틀림없다. 호텔경제학은 ‘소비가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를 순환시킨다’는 케인스주의의 기본 원리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먼저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정부가 제일 먼저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결국 케인스주의와 그 이론을 확신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소비 활성화를 위해 푼 돈이 엄청난 액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케인스 이론이 통용되는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유효하고 정당한 것인가? 정부가 주는 공짜 돈에 현혹되어서인지 정부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탓에 견제의 힘을 잃어버린 야당은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여유가 없다. 비판과 견제 없이 폭주하는 권력은 그 방향과 수단이 옳지 않으면 탈선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정책을 너무 효율적으로 강도 높게 추진하면, 국가와 사회는 의도한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가 진화하면서 케인스식 정책은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적합했으나 21세기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의 경우 양적 완화는 남유럽 재정위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어도 독일과 같은 북유럽 경제와의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 저금리와 유동성은 오히려 은행 부실과 좀비기업 문제를 키웠다. 미국의 경우에 여러 번에 걸친 양적 완화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았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빠르지 않았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위 계층의 부는 증대되고 중하위 계측의 소득 증대는 미약해 결과적으로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간단히 말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늘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케인스가 말하는 ‘승수효과’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 또는 투자 증가가 그 자체 이상으로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쿠폰으로 아무리 소비를 많이 해도 실질적인 생산과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 경기는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와 연계가 되어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가 일회적이고 단발적이라면 새로운 생산과 가치 창출은커녕 부채의 증대를 가져온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결국 세금이나 국가채무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비용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설계로 효과 보여줘야
우리는 지금 금융자산이 실물경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채 의존적 구조로 전환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부채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부채 경제’는 통화 정책의 효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갉아먹는다. 반복적 경기 부양은 국가 부채를 누적시킨다. 국민은 언젠가 세금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 지원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시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을 확대하고, 소득을 지속적으로 증대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가치 생산을 통해 총량이 늘어야 한다. 돈이 단순히 돌기만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한 그릇의 국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국그릇은 계속 움직이고, 마치 식탁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릇 속 국물의 양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재료를 넣어 끓이지 않는 한, 사람들은 더 많이 먹을 수 없다. ‘호텔경제학’에 대해 비유적으로 대조되는 ‘국그릇 돌리기 경제학’은 소비 활성화의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말로 민생을 되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케인스 이론이 여전히 타당하다면,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책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기왕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했다면,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세밀하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 없이 소비쿠폰 정책을 밀어붙였다.
본래 진보 정권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강한 국가를 추구한다. 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불평등 완화와 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고 부채 경제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장을 믿지 않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말 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개입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는가? 질문도 비판도 논의도 없는 정말 이상한 시대에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학교 인공지능(AI) 교육 강화 등을 국정과제로 확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거점국립대 등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초중고 전단계에서 AI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17일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 중 교육 관련 6대 과제와 관련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거점 국립대학을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고 수준의 교수를 선정하는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신설해 65세 정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고,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누구나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초중고 학생은 물론 성인까지 AI 교육을 지원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AI 교육도 실시한다. 초중고 전 단계에서 학교 AI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고·영재학교·직업계고에서 AI 인재를 조기 발굴해 지원한다. AI 거점대학을 운영하고 AI 융복합 대학원을 도입한다.
당초 지난달 공개된 국정과제에는 글로벌 AI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 초청 장학생의 석·박사 이공분야 비중을 45%로 늘리고, 국제 학생 교류 프로그램 참가 인원 3만명 달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정과제 확정본에선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 대신 국내·외 인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인재지도’를 구축하고 국가인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교육부는 계획 전반에 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마치 수학 더하기, 나누기, 곱하기를 배우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 적응능력과 활용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AI 인재 양성을 위해 초1 때부터 AI를 한글처럼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학년들에게 AI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는 AI 교육이 아동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에 머물도록 하는 방안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황정아 카마그라구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과학기술 우수 인력을 국내에 복귀시키기 위해 10년간 근로소득세를 깎아주는 유도책을 시행 중임에도 연 평균 복귀자가 7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해당 제도에 참여한 인원은 2020년 32명, 2021년 78명, 2022년 90명, 2023년 68명에 불과해 근본적인 연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교육부 주관 과제에는 시민교육 강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 역사교육 강화, 기초학력 전담 교원 확충·사회정서교육 활성화, 학교 CCTV 확대 추진 계획 등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남도가 추진한 경남권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환경부가 ‘영호남 노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기본 방침을 내놓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20일 경남도에 따르면 산청군은 지난 5월 29일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 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2023년 6월 산청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기존 신청서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산청군이 예산 5억 4000만원을 들여 경제성 분석 등 용역 결과를 보강해 다시 신청한 것이다.
산청군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2011년부터 최근까지 5차례 신청했다.
이 사업은 중산리 주차장에 하부정류장을 두고, 유암폭포 인근에 상부정류장을 두고, 중간지주 9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길이 4.2km로 예상사업비는 1220억원이다.
2023년 2월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 바람이 불었다.
경남도는 당시 산청군과 함양군이 각각 추진하던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단일 노선으로 확정한 뒤 환경부에 심의를 요청했다.
또 경남도와 산청군 관계자가 지난 6월 환경부를 방문해 해당사업을 설명했으나 환경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원 내 케이블카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영호남의 자율적인 노선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는 현재 경남 산청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 3개 지자체가 각각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1개 국립공원에 다수의 사업계획 신청 땐 지자체들의 자율조정을 유도한다’는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 기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남이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 방침에 충족되지 않는다 며 지리산 3개 지자체간 노선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용역 예산을 들여 케이블카를 재신청한 이승화 산청군수를 지방재정법과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로 산청경찰서에 지난 7월 고발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산청 노선의 절반과 상부정류장은 대한민국 전체 국토의 1%에 불과한 자연공원보존지구에 위치하는데도 사업을 계속하려 한다며 산청군이 거액의 용역비를 들여 다시 사업을 신청한 것은 예산을 낭비한 중복 행정으로 관련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와 산청군 관계자는 환경부가 신청 내용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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